어제는 어르신 한분과 짧은 이야기를 나누었습니다. 학교건물에 냉난방기 공사를 하러 오신 분인데, 이런 일을 하고 계신것 치고는 생각보다 나이가 많아 보이는 분입니다. 요즘 매일 점심시간 직후에 커피 한잔을 들고 건물 뒤로 가보면 이 분이 일찌감치 오셔서 담배를 피우고 계십니다. 이야기를 나눈 적이 없다가, 어제 갑자기 제게 말을 걸어오셨습니다.
"노무현이 죽었다며?"
질문 치고는 뜬금없었습니다. 요즘 누구나 알고 있는 이야기이긴 하지만, 보통 가벼운 주제로 말을 걸텐데……. 나는 '갑작스럽구나' 생각하며 대답했습니다.
"네"
"미X놈. 고마 받아묵었으면 받아묵었다 하고 그냥 살지 자살은 미X다고 하나."
잠깐 후회가 되더군요. 말을 받아주지 말걸. 개인의 성향이나 말의 내용과는 상관없이, 이런 이야기에 내 의견을 말해봤자 재미도 없고 시간만 아깝다는게 평소의 생각이기 때문에, 강한 후회가 밀려왔습니다. 저의 기분과는 상관없이 어르신의 말이 이어졌습니다.
"내는 자식 못 본지도 엄청 오래됐고, 마누라도 없는데, 지는 다 있잖아. 옆에 마누라도 있고, 자식도 출세했고, 살 집도 있고. 고마 참고 살지 미X 자살이 머고 자살이."
나는 좀 의외라는 생각을 하며 대답했습니다. "그러게요."
순간 어르신의 표정을 보았습니다. 요즘 연일 날씨가 더워서인지, 가지고 있던 수건으로 계속 땀을 닦고 계시더니, 그날따라 자꾸만 콧물을 닦고 얼굴을 닦고 계셨습니다. 얼굴을 문지른 수건을 다시 주머니에 쑤셔 넣는 순간의 그 상기된 표정에서, 나는 공허함과 안타까움을 볼 수 있었습니다. 노무현이 누구인지와는 상관없이, 죽음에 안타까워하는 한명의 노인이자 사람의 표정을 볼 수 있었습니다.
그 이후에 이어진 그의 말들은 대부분 자신의 가족사와, 신세한탄, 죽음 등……. 술자리에서 다른 누군가로부터 들어 본 적이 있는 것만 같은 그런 이야기들이 이어졌습니다. 그의 속에 있는 무엇이 생면부지인 나에게 그런 말들을 하게 했는지는 나도 잘 모릅니다. 하지만 이해할 수 있을 것만 같았습니다. '안타까움'. 살아갈 날 보다 살아온 날이 더 많은 나이에, 또 다른 누군가의 죽음을 접했을 때의 기분 같은게 아니었을지. 딱 이정도로 이해할 수 있을 것 같았습니다.
"총각 니도 열심히 살아라. 힘들 땐 가족이 최곤기라. 노무현이도 고마 살지 와 그리 되서……."
오늘 영결식이 있는 날이네요. 그래서 인지 오늘따라 이런저런 생각이 참 많습니다.
이미 깨달은 분이 많은 것 같지만. 저도 마찬가집니다.
우리 모두에겐 사실 '배불리 먹고 사는 것' 외에 해야 할 일이 많이 있음을. 사실은 오래전부터 다들 알고 있던 것이었음을.
公無渡河 (공무도하) 그대 물을 건너지 마오
公竟渡河 (공경도하) 그대 기어이 물을 건너시네
墮河而死 (타하이사) 물에 빠져 죽으시니
當奈公何 (당내공하) 당장 그대 어찌하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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