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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적을 이 <놈,놈,놈> 역시 다른 영화들처럼 <좋은점> 만큼의 <나쁜점>, <이상한점> 이 공존하는 영화입니다.
영화소감들을 쭉 접하다보니..단점을 드러내며 '디워'수준의 영화로 깎아내리는 분이 계신가 하면(이건 아닌 거 같은데.. 직접 디워랑 비교해볼려니 좀 막막한듯), 장점을 치켜세우며 높은 점수를 주는 분들도 계시고.. 이제 웬만한 분석이나 비평은 다 나온 듯 하여, 이번에는 길게 쓰지않고 기억에 남는 점이나 보기에 불편했던 점, 마음에 들었던것 위주로 간단하게 적어볼까 합니다.
1. 좋은 점
김지운 감독의 영화는 볼만합니다. 무심코 보면 그렇지 않은 영화가 어디 있겠습니까마는, 그의 앞선 다른 영화와 마찬가지로 이 영화 <놈,놈,놈> 역시 풍부한 볼거리로 관객의 눈을 즐겁게 해주는 요소들이 있습니다. 최소한 관객의 수준을 낮게 잡은 영화는 아니라는 것이지요.
일단은 설정과 소재의 특이함을 좋은점이라 보고 싶습니다.
<놈,놈,놈> '만주 웨스턴 액션' 또는 '김치 웨스턴'이라고도 불리는, 만주를 배경으로 한 서부극이라는 독특한 장르를 '한국영화' 라는 그릇에 넘치지 않게 잘 담아냈다고 생각합니다.
'한국영화가 이제 이런거도 하는구나' 하는 느낌을 준다는것은, 그만큼 이 영화가 상당부분 기존에 없거나 하기 힘들었던 시도를 했다는 것이고, 그 시도가 '무리였다' 가 아닌 '볼만하다'는 평을 들었다는것은 다소 침체되어 있던 한국영화계에 긍정적인 영향을 줄 것이기 때문입니다.
다음으로 연출.
이 영화는 감독의 예전작품인 '달콤한 인생'에서 부분적으로 느낄 수 있었던 것처럼, 흥미로운 카메라 연출을 사용하고 있습니다.
같은 장면이면 등장인물이 좀더 멋있게 화면에 잡히도록 애쓴 듯한 흔적을 계속해서 발견할 수 있었습니다.
정우성의 옷자락이 날리는 장면은 마치 '아주 좋은 수동 디지털카메라로 모든 설정값이 완벽한 상태에서 찍은 멋있는 사진' 이라고 느껴질 정도였습니다.
추격전을 위에서 내려가며 잡아주는 연출도 인상적이었구요.
윤태구(송강호)가 주점에서 탈출하는 장면에서, 대나무 봉이 구부러졌다가 탄성으로 인해 관객들이 있는 쪽을 향해 다시 펴지는 연출도 기억에 남습니다.
여러가지로 관객들이 영화 내용을 쫓아가다가 지치지 않도록, 다양한 각도에서의 카메라와 다양한 연출을 시도한점이 돋보입니다.
그외 주연들의 개성을 반영한 스타일리쉬한 의상과 액션 연출도 만족스러웠습니다.(알고 계실지 모르겠으나... 저는 개폼 스타일리쉬 매니아입니다.)
또 하나, 화면 색감이 좋았습니다.
건조하고 황량한 느낌이 나야 하는 장면에선 거기에 맞는 색을 살리고, 좀더 등장인물의 얼굴과 대사에 집중해야 하는 장면에는 어둡거나 화사한 색감을 살려주고 있습니다.
마지막으로, 음악입니다.
라틴풍의 느낌이 나는 오프닝을 시작으로, 서부극과 일제강점기 만주의 황량한 분위기--어느쪽도 죽이지 않으면서 장면에 잘 섞여들어가는 배경음악들이 마음에 들었습니다.
2. 나쁜 점
이 영화에는 제목대로 세 놈이 등장합니다. 박도원(정우성), 박창이(이병헌), 윤태구(송강호)가 그들이지요.
'좋은놈 나쁜놈 이상한 놈'이라는 제목 자체가 과거 어떤 서부영화의 오마쥬에 불과했다면 모르겠으나, 어쨋든 주연 세놈(?)은 '좋은놈 나쁜놈이상한 놈' 이라는 제목이 갖는 그 느낌을 연기에 제대로 반영하지 못했습니다.
영화를 보면 물론 셋다 멋있고 잘나가는 놈이라는건 알겠는데, 결과적으로 다 비슷한 유형의 인물입니다.
4. 그럼에도 볼만하다
그럼에도 이 영화는 재미있습니다. 글의 앞부분에서 적었듯이, 일단 '아주 멋있다' 는 느낌이 드는 영화입니다.
영화를 볼때 연출이나 화면빨(?)을 즐기는 분이라면 보기에 편하실 것 같습니다. 내용을 따라가며 이야기를 즐기는 분이라면 조금 아쉽겠지만요.
너무 간단하게 적었네요. 이상 좋은 점은 없고 나쁜점 이상한 점만 가득한 영화소감을 마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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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퇴직전 한몫 잡을려고 작정했는지, 숨겨진 유적을 찾아 미친듯이 공산당과 싸움을 해대는 도굴범 존스의 액션활극.
물론 이 영화는 오락영화다. 아이언맨처럼 시작부터 아예 오락영화임을 내세운 것은 아니지만(속편임을 더 강조하였으니...), 보고나서 느껴지는건 '잘 만든 오락영화'라는 것 뿐. 원래 이 외화시리즈에 오락영화 이상의 것을 기대하고 보는건 아니지만, ['어드벤처' 장르에서의 오락영화인가, 아니면 '액션만 가득한 '오락영화인가]에 대해서는 이야기 해야 할 것 같다.
이 영화는 감독의 축적된 내공에서 비롯된 결과물답게, 재치있는 롤러코스터식 액션이 일품이다. '산넘어 산'으로 표현할수 있는 정도가 아니라 '코너를 돌아 왼쪽으로~ 그다음 다시 오른쪽으로~' 좌충우돌 질주하는 느낌의 액션영화다. 때문에 기존 인디아나 존스(전편들) 시리즈처럼 한가지 문제를 놓고 갈등하는 인물들의 모습이나 '미스테리'에 접근하는 존스박사의 고뇌는 좀처럼 찾아보기 힘들다. 액션과 어드벤처의 균형이 무너졌다고 해야할지..
하지만 액션에 치중한듯한 모습으로 옷을 갈아입었으면서도, 이전 시리즈의 '어드벤처' 요소들에 대한 미련 또한 버리지 못해 어설픈 장신구 하나를 더 걸친듯한 모습이다. '옥슬리'라는 등장인물의 행동을 보면 이 문제가 좀더 두드러지는데, 시종일관 미친듯이 싸워대는 '박사'를 가장한 난폭한 도굴범과 이혼녀, 자퇴생, 배신자로 구성된 파티의 보호같지않은 보호를 받으면서, 이 옥슬리라는 영감은 단지 '중얼중얼' 하는것 만으로 모든 미스테리를 해체해 나간다는 식의 구성은 어드벤처물로서는 완전히 실격이다.
결말이 너무 충격적이라 여기다 적지는 못하겠고....
(만화 '멋지다 마사루'에서 야구하다가 갑자기 '순이 우주로!' 하면서 로켓이 하늘로 발사되는걸 보는 후밍이 생각나는 엔딩.)
액션은 정말 최고다. 특히 정글에서 나란히 달리는 두 자동차 위에서의 검술(펜싱?)대결 장면은 정말 잘 찍은 것 같다. '군대개미'가 등장하는 장면도 인상적이었고...그냥 때리고 맞고 도망치는 장면을 보며 웃고 즐기고 싶다면 추천할만한 영화.
꼬리1>
'I like IKE'(미국 아이젠하워 대통령이 선거운동기간에 사용했던 구호)를 '나는 공산당이 싫어요'로 번역한 센스가 돋보였다.
꼬리2>
옥슬리는 서틀러로 개명후 영국으로 망명, 차기대권주자로 출마하여 대법관에 당선된 후 독재자가 되어 '브이'와 대립하는 스토리로 가도 왠지 자연스러울것 같은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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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서 영화를 어렵게 보는건 될 수 있으면 피하고자 합니다. 저는 애니메이션이나 영화를 볼 때도 거기서 철학적인 메시지를 읽어내려 애쓰지 않습니다.(Lain 등에서 하도 데어서.. 못하는 건 하지말자 주의!!!)
다만 등장인물들의 행동을 최대한 이해하려 애쓰며 보는 편인데, 평론가 수준까진 아니지만 이정도만 해도 상당히 많은 영화를 재미있게 볼수 있는것 같습니다. 영화는 한번에 많은 이야기를 하는 경우가 대부분인데, 이렇게 하면 영화의 어디 구석에 깔려있던, 여태까지 몰랐던 이야기를 하나씩 알아가는 재미가 있거든요.
0. 부러움
'노인을 위한 나라는 없다' 는 등장인물들간의 관계와 대사에 영화 전체의 주제가 철저하게 반영되어 있는 영화입니다. 등장인물들이 보여주는 모습들에서 얼핏 '뜬금없다'는 인상을 받을수 있는 장면들이 있지만, 그런 장면들엔 등장인물들의 성격을 보여주는 행동들이 항상 강조되어 있습니다.
스토리의 대부분은 돈을 가지고 도망치는 자와 그의 뒤를 쫓는자의 대결로 이루어져 있습니다. 저도 한때 그랬지만 대부분의 사람들은 영화의 결말만을 기대하며 보는 경향이 있는것 같은데, 만약에 그렇게 보게되면 이 영화는 정말 배경음악 하나 나오지 않는 살떨리는 총격전밖에 볼수 없게 됩니다.
사실 이게 나쁜 감상법은 아닙니다. 저도 어쨋거나 영화에서 가장 중요한건 줄거리라고 생각하는 사람이고, 결말에 따라 소감도 달라지니까요.(이왕이면 해피엔딩!) 남에게 다른 감상법을 강요하는것도 역시 몹쓸짓이고, 결국은 영화를 이해하는 방법들 중 무엇이 주류가 되는지를 이야기 해야할거 같은데.. 솔직히 선을 그어놓고 보면 이 영화는 '대부분의 관객이 가지고 있는 잣대'로는 길이가 잘 재어지지 않는 영화에 속합니다.
이 영화를 다 보고 나서 느낀건 '부러움' 이었습니다. 이렇게 받아들여지기 힘들지도 모르는 영화에 선뜻 제작환경을 제공하고, 제작을 시도하여 상영하고, 상까지 주는 그들(?)이 정말 부럽기만 합니다. 자칫하면 몰이해로 인한 입소문을 타고 망해버렸을지도 모르는데 말이지요..
1. 욕망을 따라서 움직이는 사람들
주인공인 모스는 인간적인 면도 약간은 가지고 있고, 평범한 아내와 함께 낡은 트레일러에서 평범하게 살아가는 무뚝뚝한 청년입니다. 월남에도 다녀왔고, 우직하고 거친 행동과 건장한 신체, 그리고 항상 자신감에 가득찬 듯한 말투를 사용하며 승부욕이 강합니다.
영화의 첫장면에는 모스가 사냥을 하는 장면이 나옵니다. 그는 총으로 표적이 되는 동물의 조준을 마친채 확신에 찬 모습으로 방아쇠를 당기지만 맞히지 못합니다. 이것이 영화 후반부의 내용을 암시하기 위해 넣은 장면인지는 알수없지만, 그는 사냥터 근처에서 돈가방을 발견하면서 '도저히 이길 수 없는 어떤 절대적인 원칙'과의 게임에 뛰어들게 됩니다.
그리고 그 '원칙'에 해당되는 인물 -- 모스가 가져간 돈가방을 찾기 위해 마을에 나타난 살인마 안톤, 그는 영화의 이야기를 움직이는 가장 중요한 인물입니다. 안톤은 모스를 추적하는 과정에서 상대를 가리지 않고 사람을 죽이다가도, 가게에서 물건을 산 후 주인에게 목숨을 걸고 동전의 한 면을 선택하게 한 다음, 동전을 던져서 살려주거나, 다리를 건너면서 다리 난간(?)에 앉아있는 새를 총으로 쏘는 등 기이한 행동을 합니다.
얼핏 싸이코와도 같은 이 행동들은 그가 사실은 어떤 원칙에 의해 움직이고 있음을 보여줍니다. 칼슨을 쏴 죽이고 발에 피를 묻히지 않기 위해 다리를 침대에 걸치는 장면에서 그가 단순한 싸이코가 아니라 원칙을 가진 인물임이 확실해 지는데, 필자가 보기에 그 원칙이란 모스와의 대립구도를 통해 느낀대로 말하자면 '우연성'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그는 그 자신을 어떤 불확실한 형태의 '우연' 이라고 생각하며, 욕망을 따라 움직이는 사람들에게 좌절감을 안겨 줍니다.
차를 타고 다리를 건너면서 창밖에 앉아있는 새를 쏘는 것은 동전의 한면을 고른 다음 던지게 하는 것처럼, 어떤 우연성과 '맞거나 날아가거나' 둘 중에 하나에 아무렇게나 의지하는 이분적인 선택에 그가 기대고 있음을 알 수 있습니다. 그리고 그는 이 원칙을 확실히 행하기 위해 불법 개조한 무기를 사용하여 목표를 확실히 제거하거나, 상대에게 동전의 한면을 선택할 것을 강요하며, 사고를 당해도 도움을 요청하지 않습니다.
가게 주인이 '어디서 왔냐?'고 안톤에게 묻자 안톤이 가게주인을 돈때문에 결혼해서 그 혜택을 본 인물로 단정하여 동전을 던지게 하는 장면에서는 그가 욕망을 따라 움직이는 사람들에겐 재수없는 '우연'으로서, 선택을 강요하는 존재임을 나타냅니다. 안톤에게 사람이란 살거나 죽거나 둘 중에 하나뿐이며, 그는 욕망을 따르는자에겐 자신과의 게임에서 이기거나 죽거나 두개의 선택지밖에 주지 않습니다.
2. 손쓸 수 없는 방관자들
희한하게도 감독은 모스와 안톤의 대결 과정에서 둘의 닮은꼴을 보여줍니다.
둘다 총격전이나 사고로 인해 다친 상처를 치료하는 모습이 그것인데, 병원에도 가지 않고 약품을 구해서 방안에서 주사제와 붕대를 사용해 치료하거나, 도와주겠다는 사람들에게 돈을 주면서 옷이나 필요한 물건을 얻은 뒤 못본척 해달라며 도움을 뿌리치기도 합니다.
그들의 이런 닮은 행동들은 그들을 만난 젊은이나 아이들에게 어느정도 영향을 주는것으로 묘사되고 있는데, 부상당한 모스나 안톤을 만난 그들은 들고있는 맥주와 겉옷을 피묻은 돈과 바꾸면서 오히려 흥정을 하거나, 받은 돈을 가지고 다투기도 합니다. 욕망을 따르고, 그것으로 얻을수 있는 댓가를 철저히 믿음으로 해서 일어날 수 있는 비극은 세대를 이어가며 계속됩니다.
이런 모습들은 한 국가의 사회,경제나 통치체계를 위한 하드웨어를 구축하기에 여념이 없던 구세대, 즉 노인들에겐 받아들이기 힘든 모습들입니다. '요즘 젊은것들은 사람을 죽이는데 별 이유가 없어' 라는 대사가 몇번 나오는데, 늙은 보안관 벨이 보기에도 이런 젊은이들과 아이들의 모습은 부조리하기 짝이 없습니다.
모스의 허무한 죽음이 말해주듯, 영화는 그릇된 욕망과 의지만으로 인간이 이룰 수 있는 것은 아무것도 없고, 많은 사람들은 욕망으로 인한 '그 무언가'을 쫓는 과정을 '성취의 한 단계'라고 착각하며 살아갈 뿐이니, 결국 삶을 대하는 그런 태도가 이룰수 있는건 아무것도 없음을 말하고 있습니다.
욕망을 쫓아 인생의 끝까지, 해가 질 때까지, 원하는 것을 얻을 수 있는 정점까지 갔는데, 그 모든것의 끝에는 안톤과도 같은, 흔히 '우연'이라고 생각되는 절대적인 원칙이 있을 뿐입니다. 욕망을 쫓아왔기 때문에 그 원칙은 모두에게 좌절감을 줄 뿐입니다. 노인들은 그것이 무엇인지를 대강이나마 아는 사람들입니다.
개인보다는 사회와 가족을 위해 살아온 노인들에게 있어 욕망을 쫓고 그것만이 진리라고 생각하며 움직이는 젊은이들이 살아가는 요즘의 현실은 그 끝에 무엇이 있을지 생각할수록 어둡기만 합니다.
3. 노인을 위한 나라는 없다
영화는 마지막에 벨이 자신의 두개의 꿈 이야기를 하는 장면으로 마무리됩니다.
자신의 아버지가 나타나서 '돈은 잊어버려라, 더 중요한 것이 있다' 라는 말을 하는 꿈과, '춥고 눈이 쌓인 산을 보안관이 말을 타고 가는데 아버지가 자신을 지나쳐서 계속 과거를 지나쳐서 앞으로 달려가는데 담요로 둘러싸고 고개를 숙인채로 옛날 사람들이 하는 식으로 뿔속의 불로 달같은 색깔의 불빛을 만들었고 어둡고 추운 저쪽에 불을 지피고 있다' 는 이야기가 그것인데, 지금까지 살고나서야 알게된 것들을 사실은 아버지가 꿈을 통해 알려주려 했거나, 그동안 잘 알려주지 않으려 했다는 이야기를 하고싶은듯 복잡한 표정을 지으며 벨은 자신이 깨달은 것들을 정리합니다.
인생의 진리를 전해야 할 노인들이 무언가를 깨달았을때는 이미 그것을 실천할 능력이 사라진 후입니다. 그리고 우리는 진리를 모르기 때문에 그것을 욕망에 대한 믿음으로 대체하여 살아갑니다. 그리고 끝에가서야 '왜 끝이 이렇다는걸 알려주는 사람이 없었을까' 하고 억울해 하거나, 벨처럼 아버지의 꿈 이야기를 하며 '사실은 오래전부터 알고있던 것'이라며 슬픔을 억제해 나갈 뿐입니다.
모스와 안톤의 대립으로 인해 벌어지는 잔혹한 사건들, 이를 접하는 벨을 비롯하여 극중에 등장하는 '노인'들이 더 슬퍼보이는 이유는, 그들은 이 현실의 문제를 파악하고 있지만 그것을 바로잡을수 있는 힘이 더이상 남아있지 않기 때문입니다.
만약에 노인을 위한 나라가 있다면, 그들이 이 모든 문제를 해결하는 해결사의 능력을 갖추고 있어야 하지만, 벨은 안톤을 잡지도 못하고, 모스를 구하지도 못한채 쓸쓸히 보안관직에서 은퇴합니다. 그들에게 주어진 시간과 능력을 연장해주는 곳은 세상 어디에도 없는 것입니다.
사실 이 영화의 화법은 보는이를 그렇게 배려하고 있지는 않습니다.
좀 유심히 보려하면 파격적인 총격전으로 넘어가고, 장면을 충분히 받아들이기도 전에 이야기가 진행되어 버립니다. 보는 동안 이것이 가장 힘들었던거 같네요.
하지만 '노인들의 어쩔수 없는 방관'을 통해 해석되는 현실의 갈등을 이정도까지 영화로 담아내는 능력은 정말 대단하다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총격전에서 보여준 기발한 연출들과 극도의 긴장감을 위한 장치들은 보고나서 안도의 한숨이 절로 나올정도였습니다.
끝에가서야 알 수 있기에 우리가 잘 알지 못하는것들, 우리는 어떤 세계관과 신념을 가져야 바른 인생을 살아갈 수 있을까요?
편하게 사는 것(이라고 써놓고 게으름이라고 읽는)을 최고의 가치로 여기고 살아가는 저의 머리속을 혼란스럽게 한 영화, '노인을 위한 나라는 없다(No Country For Old Men)'였습니다.
못쓴 글 긴시간동안 읽어주셔서 캄사 캄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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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간이 꽤 지났지만, 설 연휴에 모 방송사에서 편성한 영화 중 '구타유발자들'이 있었습니다.
자정을 거의 넘긴 시간에야 볼 수 있도록 편성되었는데, 이 정도면 '영화보지 말고 자라'는 편성의 의도가 느껴질 법하지만.. 잠도 안 오고 이럴 때 아니면 언제 한번 또 맨정신으로 보겠냐는 생각에 채널을 고정했습니다.
이 영화가 처음 나왔을 때는 다양한 악평이 있었던 걸로 기억합니다. 역겹다, 혐오스럽다, 재미없다, 웃길려고 한 거 같은데 안 웃기다 등등...
제목에서 밝혔지만 이 글은 이런 악평가득한 영화가 말하고자 했던 것을 찾아내려 애쓴 글입니다.
(뭐 이런건 저보다 더 유명한 평론가님들이 잘해 주시겠지만;;;)
이런 악평들을 피해갈 만한 이유를 들고 늦게나마 이 영화의 손을 한번이라도 들어주기 위해서 쓴 글이므로, '절대로 이 영화는 재미 없었다'고 주장하고 싶다면 제 글을 일부러 보실 필요가 없습니다.
먼저 대한민국 거의 모든 남자들이 갔다 오는 '군대'에서의 폭력이 있겠습니다.
싫든 좋든가서, 싫든 좋든(?) 최소한 한두 가지의 폭력과 구타로 맺어진 관계를 가지고 사회로 나옵니다.
그리고 학교에서 별 이유 없이 선생님께 심하게 맞아 본 기억을 가진 분은 좀더 이른 시기에 이런 상처를 갖게 된 경우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그 선생님과는 일정 부분 폭력으로 맺어진 관계가 된 셈이니까요.
그밖에 우리는 직장에서는 상사와, 대학교에선 교수, 신입생 때는 선배들과 교류하면서, 실무적응, 통과의례, 기합이라는 그럴듯한 이름하에 집단 따돌림, 성폭력, 등 다양한 형태의 폭력을 겪으며 살아갑니다.
폭력을 겪고, '까라'면 까고, '구르라'면 구르고, 시키면 시키는 대로 하면서, 우리는 이것을 '윗사람의 눈 밖에 나지 않으면서, 자신의 위치를 굳히는' 방법이라고 생각합니다.
그 과정에서 자신이 겪은 폭력이 당연함을 생각이 아닌 몸으로 깨닫게 되고, 이것을 자신의 아랫사람에게 똑같이 행하는 '폭력의 역사'의 일부분이 되어갑니다.
그러곤 언젠가 직장 동료나 친구들을 모아놓고 삼겹살에 소주를 까면서 이렇게 말합니다.
'이제는 실수없이 잘 할 수 있다, 부하들도 내 말 잘 듣는다'
'생각해 보면 그때 그래서 여기 잘 적응할 수 있었다'
2. '구타유발자들'
이 영화에서 보여주는 폭력은 코미디 영화처럼 미화된 조폭들이 나와서 웃기기 위해 보여주는 폭력이 아닙니다.
저는 군대를 가지 않아서 잘 모르겠지만, 친구나 주변인들의 군대 이야기를 들을 때마다 알게 되는 것들 중에는 구타이야기가 꼭 나옵니다.
상급자라며 구타하고, 다음날 언제 그랬냐는 듯 맞은 사람에게 먹을거나 담배를 쥐어주면서 '내 말 잘 알아들었지? 잘해보자구'하며 말하는 사람들..
머리 속에선 끊임없이 '나는 잘못한 게 없는데..', '폭력은 나쁜 것인데' 하고 생각하고 되뇌이지만, 폭력이 나쁘다는 걸 표현하기도 전에, 누군가에게 얻어맞고 있는 우리의 몸은 '구타유발자들'의 의사를 반영하게 됩니다.
구타유발자들은 폭력으로 인한 과거의 상처를 치유할 길을 끊임없이 찾아 헤메다가, 결국 자신의 밑에 있는 사람에게 '당연한 채찍'이라며 폭력을 행사하고, '당연한 당근'이라면서 삼겹살에 소주를 권합니다.
그리고 맞고 있는 피해자도 이 '당연한 것으로 미화된, 나쁘다고 생각해 온 당근과 채찍'을 사용하는데 능숙해져 갑니다.
'구타유발자들'은 앞에서 적어 놓은, 우리가 '좀 맞아야 된다'면서 쉽게 말하며 방관하고 받아들여온 폭력, 특히 구타를 참여자가 아닌 ' 지켜보는 자'입장에서 보여주고 있습니다.
우리가 이 영화를 보며 혐오감을 느끼는 이유는, 우리가 평소에 폭력에 대해 생각해오던 것과 몸으로 느끼고 있던 것이 상당히 다름을 부정할 수가 없기 때문입니다.
이 영화는 성폭력으로 시작해서 언어폭력, 계속된 구타를 등장시키더니 결국 서로 싸울 것을 강요하다가 이유 있는 폭력의 답습을 보여주곤 그 피해자들만을 남긴 채 끝나버립니다.
질리도록 두들겨 패 놓고는 담배 하나 주고, 덜 익은 삼겹살을 상추에 싸서 건네고 소주를 따라주면서, 우리의 마음의 한구석 어두운 곳에 자리잡은 구타유발자들은 해맑게 웃으며 말합니다. '자 먹어, 많이 먹어'
그렇게 토할 정도로 먹은 후 자고 일어나면, 다음날 아무 일도 없었던 듯 행동하는 주변의 분위기에 맞춰, 삼겹살과 소주가 똥으로 나오기도 전에, 구타로 인한 상처를 마음 속에 품은 채 '아무 일도 없었던 척' 하며 우리는 살아갑니다.
3. 피해자는 가해자가 된다
영화에는 피해자이자 가해자로서 '폭력의 역사'의 한자리를 차지하는 인물들이 등장합니다.
첫 장면부터 교수(이병준)가 여자(차예련)를 겁탈하려는 장면이 나옵니다.
'벤츠를 타는 명문 음대 교수'의 지위를 이용해, 여자의 출세를 보장한다는 그럴듯한 말과 함께 겁탈하려 하지만 뜻대로 되지 않습니다.
그리고 곧이어 등장하는 이문식과 그 패거리들로부터 마치 실제로 몸을 더듬는 듯한 음흉한 시선 공격(?)을 꾸준히 받으면서 그녀는 폭력 앞에 굴하는 피해자이자 '자신의 나약함으로 모든 것을 용서받으려는 방관자'가 되어갑니다. 현재(김시후)가 심하게 두들겨맞고 성추행까지 당하는 모습을 보면서도, 그녀는 그냥 떨며 눈을 돌릴 뿐 적극적으로 이를 막으려 들지 않습니다. 나중에 봉연(이문식)과 교수의 벤츠 둘 중에 하나를 선택할 것을 강요받는 장면이 나오는데, 결국 자신을 겁탈하려 했던 교수의 벤츠를 선택함으로서 폭력으로부터 그저 피하려는 듯한 모습을 보여 줍니다.
곧이어 봉연패거리 중 가장 먼저 등장하는 오근(오달수)은 쥐를 잡아서 쥐에게 억지로 쥐약을 먹여 쥐를 죽여버리는 기이한 행동을 합니다. 살아 있는 생물에게 의미 없는 폭력을 습관적으로 행하는 전형적인 '병든 자'의 모습입니다.
그리고 영화가 중반을 지나면 봉연이 현재를 괴롭히는 이유가 등장합니다.
문재(한석규)가 어릴적 자신을 '귀여워해준다'는 명분 하에 따돌리고 성적으로 괴롭힌 것 때문에, 그로 인한 상처를 치유하기 위해 현재를 납치해 괴롭혔던 것입니다.
봉연은 영화 내내 정경호, 신현탁, 오달수에게 때로는 서로 싸우게 하고, 때로는 겁탈하게 하고, 때로는 구타를 하는 등, 자신만의 '폭력의 시스템'을 떡주무르듯 운영하면서 만족해합니다.
그리고 피해자인 인정은 방관을, 현재는 똑같은 폭력으로 맞서다 숨겨온 형의 권총(문재는 경찰입니다.)을 발사하는 등.. 순환하는 폭력의 시스템을 노골적으로 보여 줍니다.
결국 후반부에 문재가 나타나면서 이 '미친 발작과도 같은 상황'은 빠르게 정리됩니다.
문재는 이렇게 말합니다.
"오늘 여기서 본 것도 들은 것도 아무것도 없는 겁니다. 모두 조용히 집으로 돌아가면 되는 겁니다. 교수님은 인생 망치기 싫으시면 젊은 여자건들지 마세요"
가해자이자 피해자였던 봉연은 오토바이에 실려 어디론가 떠나고..
피해자에서 방관자가 된 교수와 인정은 고철이 된 벤츠 안에 탄 채 마을을 떠납니다.
그리고 새로운 가해자가 된 현재는 형인 문재의 오토바이에 실려 돌아가지만...
감독은 그래도 이 모든 사건의 원흉인 문재를 곱게 돌려보내진 않습니다.(영화 보면 나옴)
죽거나 떠난 것으로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은게 되어버린 영화' 구타유발자들'.
과연 '없었던 걸로 치자', '잊어라', '자자, 어서 먹어' 하며 쥐어주는 삽겹살과 소주 한잔, 그리고 담배 한 개피, 음료수 하나 정도로 이렇게 새롭게 시작되는, 역겨운 '폭력의 역사'가 하루아침에 없던 일로 되는 것이 가능한 것일까요?
이 영화를 본 후 필자는 스스로 과거에 당했던 부당한 폭력의 기억대로, 또 다른 누군가에게 그대로 행하고 있지는 않은 건지 생각해 볼 수 있었습니다.
생각의 답은 우리 모두가 평소에 생각하고 있는 대로 겠지만, 우리의 몸에 언젠가 맞은 적이 있는 그 부위는 다르게 느낄지도 모르는 일입니다.
영화' 구타유발자들'에서는 폭력이 대물림으로 끝나지 않고, 죄 지은 만큼 다시 돌려받는 '순환'이라고 주장합니다.
'인생 망치기 싫으면 '무엇을 하면 안 되는지, 원초적인 의문을 갖게 하는 멋지게(?) 역겨운 영화' 구타유발자들'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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